안녕하세요.
저는 35세된, 두 딸아이를 둔 주부입니다. 남편은 36세이고 직업은
회사 택시 기사입니다.
저는 오늘 제가 결혼하여 3년여 동안에 있었던 일과 그 사이에 꾸었
던 꿈을 적어 보냅니다.
저는 1989년 2월에 중매로 결혼하였습니다. 양가 집안이 불교집안이
라 저의 시어머님도 새며느리인 저를 데리고 절에 가기를 원하셨습니
다. 그러나 저는 시어머님이 어렵기도 하고 당시 첫 아이를 임신하여
입덧이 심하여 차일피일 미루었습니다.
한편으론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때라 절에 드는 비용이 아깝기도
했습니다. 그러는 동안 첫 아이를 낳고도 2년여의 세월이 흘렀습니다.
그 사이에 결혼 전까지의 아무일 없던 남편에게 운행 중 사고가 잦았
습니다. 새로 출고된 택시 1대가 10일 간격으로 두 번이나 폐차되기도
했습니다. 다행히 남편에게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고 승객도 없었습니
다. 또 그때는 피해자 입장이었고요.
지금부터 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.
결혼 초부터 저는 같은 꿈을 계속 꾸었습니다.
① 꿈 속에서 여학생이 된 저는 늘 숙제를 안 해와서 안절부절 하거나
또는 무언가 할 일이 있음에도 그 일이 무엇인지 몰라 전전긍긍하다가
꿈에서 깨어나곤 했습니다. 이 꿈은 제가 3년후 절에 다니면서부터 꾸
지 않았습니다.
② 첫 아이의 임신을 알고부터 꿈에 거북이 두 마리가 풀도 물도 없는
마른 땅에서 까만 두 눈을 반짝이며 저를 쳐다보는 꿈과, 분명히 결백
한 저에게 이웃 사람들이 임신 중인 아이의 아빠가 따로 있다고 수근
거리는 꿈을 꾸었습니다. 당시 저는 아이와 아빠에게(남편) 몹시 미안
하였고, 꿈속에서 이웃사람들에게 결백을 주장했습니다.
이 꿈은 나중에 큰굿을 할 때 첫 아이를 칠성제에 올리면서 끝이 났
습니다.
필자 주: 거북이 두 마리의 꿈의 표상으로 보아 쌍둥이나 두 아이를
두게 될 것을 예지해주고 있다. 또한 아이의 아빠가 따로 있다는 꿈속
의 표상에서, 이 경우 아이가 양자로 들어가게 되거나 어느 기관이나
단체에 인연을 맺게 되는 표상으로 볼 수도 있다.
③ 1992년 7월 14일 밤에 저는 몹시 기분 나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.
당시에도 여전히 어려운 형편이었고, 단독주택의 문간방에 세들어 살
고 있었는데, 마당에서 계단을 3개 올라오면 그 곳에 신을 벗고 주방
으로 들어오게 되어 있었습니다.
꿈속에서 주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려는데, 집이 신을 벗어 놓은 바
로 밑까지 악취가 나는 시궁창 물에 잠겨 있는 것이었습니다. 그때 방
에는 친정엄마와 남동생이 있었는데, 남동생이 나오더니 저희 가족 신
발을 모두 그 더러운 물에 빠뜨렸습니다. 저는 너무 속이 상하여 얼른
남편의 한 켤레뿐인 구두만이라도 건지려고 팔을 뻗었습니다만, 구두
는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았고, 등뒤에서는 엄마와 남동
생이 저를 향하여 온갖 험한 소리로 악을 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. 꿈
에서 깬 뒤에도 한참 동안 온 몸이 오싹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.
그 후 10일 후인 7월 24일 밤 1시경 남편이 영업도중 인사사고를 내
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. 8개 항목에 들진 않았지만,
어쨌든 사람이 죽었고, 브로커한테 사기를 당하는 등 많은 어려움을
겪었습니다.
남편이 구치소에서 나오기 전 20일쯤해서 저는 가지고 있는 돈과 남
편 회사 기사들이 모은 성금을 합해 100만원을 들여서 조상제와 거리
제를 비롯하여 8가지의 큰 굿을 3일간 불교식으로 하였습니다.
④ 굿 마지막날 새벽에 저는 꿈을 또 꾸었습니다. 산을 올라가고 있는
데 거북이 두 마리가 도랑물에 몸을 반쯤 잠그고 저를 쳐다보고 있었
습니다. 주위에는 풀도 있고 나무도 많았습니다. 또 거북이 알인지 먹
이인지 모를 하얗고 둥근 것이 물 속에 쌓여 있었습니다. 다른 때와는
달리 편한 마음으로 오랜만에 거북이를 보는구나 생각하며 산꼭대기
에 이르니 오두막집 한 채가 있었습니다. 저는 그 집으로 들어가 아궁
이에 불 지피고 가마솥에 무언가를 끓이는데, 웬 낯선 남자가 들어와
밑에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먹을 것을 달라고 합니다. 제가 "왜 집으로
들어오시지 밖에서 그러십니까? 안으로 모시고 오세요."하자 그 남자
는 "알았습니다. 내가 내려가서 모시고 오지요"하곤 나갔습니다.
꿈에서 깨자 전화벨이 울리고, 남편이 추석 이틀전인 9월 27일 저녁
에 출소할 거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.
또 굿을 해 주신 아주머니(동국대학교 대학원을 나오신 분임.조계종)
께 꿈 이야기를 하였더니 앞으로는 어려움이 사라지고 조상님들이 도
와 주실 거라고 하셨습니다. 그 이후로 저는 절에 다니기 시작했고,
가정 또한 단란하고 평화롭습니다. 지금은 21평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
년에 입주할 생각입니다.
선생님 제가 만약 결혼초부터 절에 다녔다면 지금까지 겪은 일들을 피
할 수 있었을까요? 저는 아직도 알 수가 없습니다. 절박한 마음으로
큰굿까지 했지만, 저는 굿은 믿지 않습니다.
저는 하루의 세 번씩 기도합니다. 이 세상에 떠도는 영혼들이 있다면
이승에 대한 미련은 모두 버리고 극락왕생하라고.
그럼 안녕히 계세요. 1997년 6월 21일 . ---천안시. 홍○○.
필자 주: 필자의 종교는 무교라고 해야 할 것이다. 굳이 말씀드리자
면, 조상님 잘 받들고 하늘에 부끄럽지 않은 떳떳한 삶을 살아가자
는 마음밖에 없다.
하나님 믿으면서 교회에 나가고, 부처님 믿으면서 절에 나간다고 해
서 우리 인간의 모든 재앙이 반드시 물리쳐지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.
결혼초부터 절에 다녔다면 재앙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
다.
다만, 꿈으로 앞으로 일어날 길흉의 일을 예지해주고 있다는 사실은
수많은 사례로 미루어 부인할 수 없다. 신비한 꿈의 세계에 대해서 우
리 모두 관심을 지녀보자.<끝>
